웩슬러 검사에서 내신형인지 모의고사형인지 알 수 있을까?
요즘은 웩슬러 검사를 아이에 대한 파악용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지능검사 연구원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이의 남다름이 느껴져 원인을 알기 위해 주로 신청하셨는데, 검사에 대해 많이 알려지며 아이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성향파악에 용이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단순 파악으로도 신청을 많이 하십니다.
예전과 달리 아이의 공부법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이 오시며 저도 지능검사와 공부법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내신형, 모의고사형 파악입니다.
아이큐가 좋으면 무조건 사고력이 좋을까?
웩슬러 지능검사에서는 5가지 지표를 통해 지능을 산출합니다.
5가지 지표는 언어이해, 시공간, 유동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입니다.
이 중에서 작업기억, 처리속도 지표가 높아서 전체 아이큐가 높게 나온 아이들이 있습니다.
1학년 남자아이의 검사결과입니다.
이 아동은 작업기억, 처리속도 지표가 시공간, 유동추론 지표에 비해 높습니다.
작업기억이 좋다는 것은 한번 들은 것, 한 번 본 것을 기억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이기에 단기 기억능력과 주의집중력, 몰입도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처리속도가 좋다는 것은 눈으로 빠르게 변별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이기에 몰입도, 임기응변, 시각변별능력 등이 뛰어납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기본적으로 집중력, 끈기, 인내, 몰입도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며, 공부를 했을 때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잘 기억하고 빠르게 습득하며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어이해 지표도 높은 편인데 어휘를 많이 알고 이해력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언어이해 지표에 속해있는 소검사인 공통성 점수가 평균이었고, 유동추론 지표도 다른 능력에 비해 평균 상입니다.
이것은 아이의 주의력과 이해력에 비해 머리를 많이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검사를 할 때 아이는 어려운 영역이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기 힘들어했고 쉽게 포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쉬운 문항이 나왔을 때는 실수 없이 정확하게 정답을 말했고요.
그렇다면 이 친구는 내신형일까요? 모의고사 형일까요?
검사를 통해 딱 나눌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순간적인 단기기억능력, 집중, 몰입도가 좋고 이해, 습득력이 좋으니 내신을 잘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 유형이 바뀌거나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잘 풀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 아동의 전체 아이큐는 132, 상위 2%입니다. 높은 지능이지요.
그런데 사고력만 봤을 때는 약 20프로 정도의 평균상정도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사고력이 약한 이 아이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할까요?
당연히 머리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해야겠지요.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아이큐가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검사를 하는 이유는 약한 능력을 파악하여 도와주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여겨져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시공간, 유동추론 같은 지표는 선천적인 지능이나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채워주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친구는 선행을 나갈 수 있는 습득력을 가지고 있고 어디서나 잘한다는 칭찬을 받으며 진도를 나갈 수 있겠지만, 선행보다는 그 연령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심화문제를 풀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어에서도 책을 많이 읽고 외우는 것보다, 생각하며 책 읽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책을 읽더라도 독후활동을 철저히 하거나 감상문을 쓰거나, 책을 읽은 후 배경지식과 관련된 것들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해보면 좋습니다.
전반적인 추론능력이 약하기에 언어 추리게임, 보드게임, 전략게임 등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외부 경험도 매우 중요합니다.
늘 경험하던 것 위주로 부모님의 계획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것도 사고력의 하나이며, 아이가 잘 생각하지 못한다면 사고를 열어줄 수 있는 확장 질문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갈 때 가족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분담해 봅니다.
아이가 준비물을 준비하고 사는 역할을 맡았다면 예전 경험을 떠올리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생각하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 힘들어한다면 관련된 책이나 영상을 보여주시며 그 준비물들이 어떤 쓰임새를 갖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준비물을 어디서 살 수 있을지도 함께 얘기해 보면 좋습니다. 단순 대형마트를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더 싸고 좋은 걸 사려면 어떤 가게를 이용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봅니다.
하나의 개념을 통하여 확장할 수 있는 사고를 연습하고 가질 수 있다면 앞으로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는 모의고사형 문제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내신 문제도 어렵고 다양하게 출제된다고 해서 제 표현이 단순하진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저희 세대에 부모님들은 내신형, 모의고사형 이렇게 표현하면 이해가 쉬우셔서 이런 표현을 사용했으나,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개념과 관련된 문제, 사고를 요하는 문제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능력을 잘 파악해서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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